AUTHOR’S ORIGINAL · 2026년 8월 8일 · ARCHIVE 224372204196
시장의 실패도, 국가의 무능도 아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제3의 축', 시민사회
필자 Econ Blog_K의 공개 원문을 허락받아 자동 수집했습니다. 문장과 이미지 순서를 보존하고 지면 폭만 조정했습니다.

우리는 왜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손'의 효율성과 '국가의 철퇴'라는 규제 사이에서 길을 잃고 있는 것일까요? 기후 위기, 심화되는 불평등, 지역 공동체의 소멸과 같은 현대 사회의 난제들은 기존의 이분법적 해법으로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습니다. 시장에 맡기면 탐욕이 앞서고, 국가가 개입하면 관료주의의 벽에 부딪힙니다.
하이에크(Hayek, 1945)가 설파했듯, 현실의 정보는 파편화되어 있고 국지적입니다. 따라서 완벽한 계약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시장과 국가만으로는 '조정의 실패(Coordination Problems)'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무엘 볼스(Samuel Bowles)와 웬디 칼린(Wendy Carlin)은 이 지점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퍼즐의 조각, 즉 '시민사회(Civil Society)'를 소환합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거버넌스 삼각형(Governance Triangle)'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1. 데이터의 역설: 경제학은 왜 차가운 계산을 버리고 '유대'를 선택했나?
경제학은 흔히 '차갑고 무미건조한 계산의 학문'으로 여겨지지만, 데이터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줍니다. 1900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된 27,000편 이상의 경제학 논문을 '토픽 모델링(Topic Modeling)'으로 분석한 결과, 1970년대를 기점으로 경제학의 관심사는 시장에서 시민사회적 주제(사회적 규범, 정체성, 비대칭 정보 등)로 급격히 이동했습니다.
이러한 '응용 경제학으로의 전환(Applied Turn)'은 단순한 이론적 유행이 아니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 경제학자들은 보건, 교육, 차별, 범죄 등 시장 모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의 모순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포드 재단(Ford Foundation)은 냉전 체제 하에서 공산주의의 경제적 매력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적 가치와 경제 조직의 문제를 연구하는 데 막대한 자본(현재 가치로 약 10억 달러)을 투자했습니다. 경제학이 '인간적 유대'와 '사회적 제도'를 데이터로 증명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필연성의 결과였습니다.

2. 보이지 않는 손을 멈춰 세운 '관습'과 '정체성'의 힘
표준 경제학은 모든 거래가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르치지만, 시민사회라는 공간 속에서 인간은 종종 경제적 이득보다 '관념'을 따릅니다. 영(Young)과 버크(Burke, 2001)가 분석한 미국 일리노이 농장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781개 농장의 수확량 공유 계약 중 95%가 지력의 차이와 무관하게 정확히 '50/50' 비율로 맺어졌습니다. 시장의 논리라면 땅이 좋을수록 지주가 더 큰 몫을 요구해야 하지만, 견고한 '관습'이 효율성보다 우선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가정 내에서도 관찰됩니다. 베르트랑(Bertrand et al., 2015) 등은 아내가 남편보다 소득이 높은 가구에서 오히려 아내가 가사 노동을 더 많이 수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경제적 기회비용보다 '성별 정체성'이라는 시민사회의 규범이 행동을 더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관습은 현대 경제에서도 계약 조건을 설정하는 실질적인 힘이다." (Young & Burke, 2001)
3. 권력과 비효율: 고용 관계는 왜 단순한 거래가 될 수 없는가?
우리는 고용을 임금과 노동의 교환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사적 권력'의 행사입니다. '주인-대리인 모델(Principal-Agent Model)'에 따르면, 노동 계약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합니다. 고용주는 노동자의 노력을 완벽히 감시할 수 없기에, '해고'라는 제재의 위협을 통해 권력을 행사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전문적 통찰은 이 관계가 필연적으로 '파레토 비효율(Pareto-inferior outcome)'을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고용주는 노동자의 '참여 제약(Participation constraint)'이 아닌, 노동자가 스스로 노력하게 만드는 '유인 양립 제약(Incentive compatibility constraint)'에 묶여 임금을 결정합니다. 그 결과, 시장은 청산되지 않고 실업이 발생하며, 생산성은 노동자가 느끼는 '공정함(Fair Wage Hypothesis)'에 의존하게 됩니다. 즉, 기업 내부의 위계와 규범이라는 시민사회적 기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의 효율성은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4. 선의의 파괴자: 인센티브가 사회적 자본을 갉아먹는 순간
때로는 시장적 인센티브가 오히려 공동체의 선의를 파괴합니다. 이스라엘 어린이집의 벌금 사례(Gneezy & Rustichini, 2000)는 '도덕적 의무'가 '가격'으로 치환될 때 발생하는 '제도적 구축(Institutional Crowding Out)'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지각에 대한 벌금이 도입되자 부모들은 미안함 대신 '돈으로 지각을 살 권리'를 얻었다고 생각했고, 지각은 오히려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페루의 토지 사유화 사례(Braaten, 2014) 역시 경종을 울립니다. 효율성을 위해 도입된 개인 소유권 제도는 마을 공동체의 자발적 협력 규범을 약화시켰습니다. 시장적 인센티브나 국가의 강제력이 시민사회의 상호 호혜적 자산을 파괴할 때, 사회는 '문화적 콜래터럴(담보)'을 잃게 됩니다.
5. 어두운 그림자와 새로운 빛: 삼각형의 시너지를 향하여
물론 시민사회가 언제나 낙원인 것은 아닙니다. 암베드카르(Ambedkar, 1994)는 간디의 낙관적 공동체론에 맞서 마을 공동체가 '편협함과 무지의 소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우리 대 그들'로 갈라진 폐쇄적 정체성은 민주주의의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해결책은 시장, 국가, 시민사회의 '제도적 보완성(Institutional Complementarity)'에 있습니다. 볼스와 칼린의 '표 1(Table 1)'이 제시하듯, 이들은 서로를 강화해야 합니다.
시장의 보완: 국가는 공공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때 '탈출(Exit)'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국가의 효율성을 강제합니다.
국가의 보완: 국가는 재산권을 정의함으로써 시민사회 내에서 '코즈적 협상(Coasean bargaining)'이 일어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합니다.
시민사회의 보완: 시민의 환경적 가치(시민사회)가 시장 경쟁(시장)과 결합할 때,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더 강력한 '녹색 혁신(Green Innovation)'에 매진하게 됩니다(Aghion et al., 2023).

결론: 새로운 경제적 상상력을 위하여
우리는 과연 '시장의 효율성'과 '국가의 관리' 사이에서, 우리 곁의 '공동체와 규범'이라는 강력한 자산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오스트롬(Ostrom, 1990)이 증명했듯이, 외부의 강제 없이도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자원을 지켜내는 시민들의 역량은 시장과 국가의 실패를 보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경제학은 이제 '차가운 계산'을 넘어 '인간적 유대'를 데이터로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를 배제한 정책 설계는 한 바퀴가 빠진 수레와 같습니다. 이제 '거버넌스 삼각형'이라는 새로운 안경을 쓰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상상력을 넓혀야 할 때입니다. 경제학의 지평은 이제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곳,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규범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Source: Samuel Bowles and Wendy Carlin, The Governance Triangle: Economic Interactions in Civil Society, the State, and theMarket, Annual Review Economics, 18:49–79, 2026